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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영 패션모델’ 화려한 조명 뒤 숨겨진 허울…‘제로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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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영 패션모델’ 화려한 조명 뒤 숨겨진 허울…‘제로페이’
  • 이동훈 기자
  • 승인 2020.06.01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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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매거진=이동훈 기자]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무대 오디션에 합격해도 대다수 무보수로 런웨이에 서야해요.”
“소속사가 있으면 좋지 않냐고요? 해외무대가 아닌 국내무대의 사정은 똑같아요. 그래도 젊은 모델들은 포토폴리오 한줄의 이력을 위해 감지덕지 무대에 올라야 하죠.”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 젊은 패션모델들에게 ‘경력’이라는 허울로 무보수 열정을 강요하게 된 걸까. 크게는 한나라의 산업체질을 바꿀 정도로 가능성 높은 젊은 패션모델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국세청, 모델 90% 한달 수입 22만원...시시각각 찾아오는 우울

2017년 10월6일 한 젊은 패션모델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23세의 꽃다운 나이 그 이름 ‘이의수’. 2013년 패션모델로 데뷔했고, ‘무한도전’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었던 중이라 팬들의 충격은 컸다. 

경찰 조사결과는 ‘자살’, 그 이유에 대해서는 원인불명이었다. 단지 이의수는 사망하기 몇 달전, 한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모델 일이라는 게 무대가 생겨야 설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다”라며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돈이 얼만지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말을 남겼다. 

2011년 4월18일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패션모델 김유리(당시 22세) 역시 자살로 결론났다. 김유리는 2007년 슈퍼모델선발대회 출전한 경력이 있다. 한달 수입은 100만원 안팎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취재한 한 언론인은 “활동한 시기 등은 다르지만 이들은 패션모델의 고달픔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자주 털어놨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소회했다. 

2017년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던 박광온 의원(더불어민주당)의 ‘2016년 연예인 수입 신고 현황’에 따르면 모델은 국세청에 신고된 연예인 중 가장 낮은 수입을 기록했다. 상위 1%는 한 해 1인당 평균 5억4400만원을 벌었지만, 하위 90%의 연평균 수입은 270만원(월평균 22만5000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것도 대기업이 주최한 자사 브랜드 패션쇼 이거나 화보 등으로 거둬들인 수입이었다. 

패션기업 ‘S’사의 전 임원은 “경력이 일천한 젊은 모델 경우 한회 15~20만원의 보수를 지불한다”며 “한번은 패션무대에 오른 70명의 젊은 모델을 세웠는데, 이들 전체 페이(pay)가 같은 무대에 올랐던 모델 겸 유명배우 A씨와 똑같았다”고 전했다.   

보수를 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일부 국내 패션쇼는 젊은 모델에게 제로(ZERO) 페이를 강요한다. 

“하루 종일 대기하느라 시간 허비하고, 너무 피곤해서 땅바닥에 그냥 비닐 같은 것을 깔고 자다가 스태프한테 눈물 쏘옥 빠지게 욕먹고요…. 그런데 더 힘든 건 뭔지 아세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우리의 자존감을 버리라고 강요해요. 그럴 때마다 시시각각 찾아오는 우울증, 정말 견디기 힘들어요.”

■ 모델의 경제적 파급효과, 대기업 한해 브랜드 비용과 맞먹어 

기업이 광고를 집행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꼽는 미덕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이다. 이를 위해 제일 우선 고려대상이 모델이다. 양의식 아시아모델페스티벌조직위원회장의 말처럼 “모델은 한 나라의 패션과 뷰티 산업 발전의 척도이자 아이콘”이라는 방증인 셈이다.

모델을 크게 2가지로 분류한다면 ‘하이 (HIGH)’ ‘커먼 (Common)’으로 나뉜다. 이중 하이는 패션모델에게 붙는 수식어이다. 그만큼 신체조건, 황금비율, 개성적인 외모 등에 있어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이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스타 모델이 가지는 경제적 효과는 대기업이 연간 지불하는 조 단위의 브랜드 비용과도 맞먹는다. 연예인ㆍ모델들로 인해 파생된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2004년 한해만 3조원 대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추정했다. 하지만 이런 수치적 효과 외에도 엔터테인먼트 등 한국 산업의 성장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 중요하다. 

2020년 코로나19 등으로 침체된 우리 경제,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새로운 스타모델의 등장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기고, 젊은 모델들을 둘러싼 열악한 환경을 개선시키는 노력을 모델계와 산업계, 더 나아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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