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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뮬란, 위대한 여인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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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뮬란, 위대한 여인의 발자취 
  • 박웅준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21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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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 유역비가 주연을 맡았다.

[이코노믹매거진=박웅준 칼럼니스트] 아버지를 대신해 전쟁터로 나가 영웅이 된 여인 뮬란(목란). 충(忠)과 효(孝)가 중시되는 다분히 동양적 사상을 기본으로 남장 여인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첨가한 그녀의 스토리는 1,500년간 시, 소설, 연극, 영화로 재창조되었다. 헐리우드 또한 이 매력적인 컨덴츠를 놓치지 않아서 1998년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였고 22년이 지난 2020년에 실사영화로 제작하게 된다.

이번에 개봉한 디즈니의 실사영화 뮬란은 기본적인 스토리가 다른 버전과 대동소이하지만 화려한 볼거리를 위한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조되어 철저하게 서양인의 시각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모든 배우가 동양인인데 영어를 쓰는 것은 펄벅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대지(The Good Earth), 1937>, 율브리너가 출연한 <왕과나(The King and I, 1956)> 그리고 아카데미 수상으로 유명한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1988>의 경우에서도 그랬듯 그리 생소하지는 않지만 생경함은 어쩔 수 없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떠나서 뮬란 즉 목란이 역사적으로 사실이었나 아니었느냐는 누구나 궁금해할 것이다. 본 칼럼에서는 수많은 뮬란 이야기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중국시 <목란시>(木蘭時)>를 중심으로 영화와 비교하며 역사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뮬란’, 그 서사극의 원조는 

목란상
목란상

 

목란시는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남북조시대 남조 진나라의 승려 지장(智匠)이 568년에 편찬한 <고금악록(古今樂錄)>에 수록되어 있었다는 것이 최초의 기록이다. 지금 전해지는 시는 북송 곽무천(郭茂倩)의 <악부시집(樂府詩集)> 권25의 <양고각횡취곡(梁鼓角橫吹曲)>에 수록된 <목란시(木蘭詩)>로 62구 334자로 이루어져 있다. 전문을 차례로 살펴보자.

(1-8구)

唧唧復唧唧 덜그덕 덜거덕
木蘭當戶織 목란이 방에서 베를 짠다
不聞機杼聲 베짜는 북소리 들리지 않고
唯聞女嘆息 여인의 탄식소리만 들린다
問女何所思 여인에게 무슨 걱정인가 묻고
問女何所憶 무엇을 생각하는가를 물으니
女亦無所思 여인은 또한 걱정 거리도 없고
女亦無所憶 생각할 일도 없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은 장면이다. 목란이 베를 짜던 중 무슨 걱정인지 탄식만 하고 있어서 물어보니 별걱정 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그녀의 이름이 목란임을 알 수 있는데 성이 나오지 않는다. 영화의 화(花)씨성을 가진 화목란은 명나라 서위의 잡극 작품집 <사성원전기>중 <화목란체부종군>에서 처음 등장한다. 여기서 아버지 이름은 화호(花弧)로 어머니는 원씨(遠氏), 언니 화목련(花木蓮)으로 등장하고 어린 남동생인 화웅(花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목란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목란사(木蘭祠)에는 원나라때 만들어진 비석이 있는데 여기에는 목란을 효열장군(孝烈將軍)이라고 칭하면서 위(魏)씨라 하고 있다. 이 비문에 의하면 위목란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목란이라는 이름은 정사에는 등장하지 않아 그 진위는 알 수 없다. 문학에서 출발했고 정사에 없으므로 이후의 기록은 덧붙여졌을 가능성이 크다.

(9-16구)
昨夜見軍帖 어제 밤 군 소집영자을 받았는데
可汗大點兵 왕이 군사를 부른다네요
軍書十二卷 군서 열 두 권
卷卷有爺名 책마다 아버지의 이름도 있어요
阿爺無大兒 아버지는 장남 없고
木蘭無長兄 목란은 오빠가 없어요
願為市鞍馬 원컨대, 시장에서 말 안장을 사서
從此替爺征 지금부터 아버지 대신 출정하고 싶어요

뮬란은 중국인이 아닌 북방민족

북위 육진 기마병
북위 육진 기마병

 

목란이 탄식한 이유가 아버지가 군 영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걱정도 없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했듯이 그녀는 단호하게 대신 출정하겠다고 한다. 여기에서 효와 더불어 여인으로서는 드문 상무정신을 상기시키고 있는데 한족이 가진 순종적이고 가정적인 여성의 이미지와 거리가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목란시의 최초기록이 568년이고 횡취곡(橫吹曲)이었다는 사실은 그 배경이 남북조시대 북방민족의 음악 가사였음을 말해준다. 횡취는 군대가 행군을 할 때 사기를 고취하기 위해 부르는 피리의 일종으로 서역에서 전래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정 집안이 병역 의무를 세습하도록 한 제도는 병호제(兵戸制)라고 해서 조위 때부터 시작하여 특히 북방 유목민족인 선비족이 주류였던 북위시대에 유행했다. 당시 병호를 진(鎭)이라 불렀고 수도 평성(平城)의 북쪽에 위치한 유연(柔然)을 막는 육진(六鎮)의 지위가 높았다. 병호제에 여성이 세습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실제로 전투에 참여한 여전사의 기록이 있다. 

북방민족인 강족의 여인 이옹(李雍)은 “치마 걷고 말 달리는 모습 바람결에 흩날리는 쑥풀 같구나. 왼쪽으로 활 쏘고 오른쪽으로 활 쏘니 연속 두 번 쏘아대는구나. 아녀자 오히려 이러할 정도인데, 남자들을 어찌 대적하리까?” 라고 묘사되고 있다. 

또한 북위 세종때 양무제의 공격에 병이 걸린 남편 대신 출정해 진두지휘하며 성을 방어했던 류씨(劉氏)의 이야기도 전해온다. 이처럼 실제로 북방민족 여인은 한족인 남방에 비교해 진취적이고 말을 잘 탄 것으로 알려진다.

(17-28구)
東市買駿馬 동쪽 장에서 준말 사고
西市買鞍韉 서쪽 장에서 말안장 사고
南市買轡頭 남쪽 장에서 말고삐 사고
北市買長鞭 북쪽 장에서 긴 채찍 샀읍니다
朝辭爺孃去 아침에 부모님께 하직하고
暮宿黃河邊 저녁에 황하 가에 잤습니다
不聞爺孃喚女聲 부모가 딸을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않고
但聞黃河流水鳴濺濺 다만 황하의 흐르는 물소리만 철철 들린다
旦辭黃河去 아침에 황하를 떠나
暮至黑山頭 저녁에는 흑산 머리에 이르렀다
不聞爺孃喚女聲 부모가 딸을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않고
但聞燕山胡騎聲啾啾 다만 연산의 오랑캐 말우는 소리만 이힝이힝 들린다

목란 역시 말에 대하여 익숙한 듯 스스로 말과 마구(馬具)를 구입한다. 말을 타고 하루만에 황하강에 닿았고 그 다음날 저녁에 흑산에 이르렀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과 부합한다. 그녀의 출정노선이 <위서> 세조태무제조에 “7월, 어가를 동쪽으로 몰아 흑산에 이르러 군대의 상황을 조사했다.” 와 일치한다. 북위 태무제가 428년에 기병 만명을 이끌고 흑산을 향해 출발하여 연산을 넘었다고 기록도 있다. 영화에서도 나오듯 이는 북방의 유연족과의 전쟁이었으며 실제로 407년에서 493년까지 15차례의 대규모 전투를 치룬다. 마지막 구의 연산(燕山)도 북경에서 산해관까지 이르는 연산산맥을 지칭하는데 그렇다면 그곳의 오랑캐는 유연을 의미할 것이다.

(29-34구)
萬里赴戎機 만리 먼 변경 싸움터에 나가
關山渡若飛 나는 듯 관산을 넘었다
朔氣傳金柝 북풍의 기운 쇠 딱딱기 소리 전하고
寒光照鐵衣 찬 달빛은 철갑옷을 비추는구나
將軍百戰死 백번 싸움에 장군도 죽고
壯士十年歸 장수되어 십년 만에 돌아오네

영화에서 화려하게 펼쳐지는 전투장면과 다양한 서사는 이와 같이 단 12자에서 시작했다. 구체적인 활약은 묘사되지 않았지만 10년간의 전투 속에 많은 장군이 죽었고 살아남아 장수가 되었다는 표현은 이후에 전개되는 문학적 상상력을 고취하는 데 충분하다.

(35-42구)
歸來見天子 돌아와 천자를 뵈오니
天子坐明堂 천자는 명당에 앉아
策勳十二轉 논공행상 십 이 년을
賞賜百千強 백 천 강의 상을 내리신다
可汗問所欲 왕이 소망을 물으니
木蘭不用尚書郎 목란은 상서랑 벼슬도 필요없으니
願借明駝千里足 원컨데, 낙타 같은 천리의 다리를 빌려주어
送兒還故鄉 저를 고향으로 보내주십시오

황제가 상과 벼슬을 내리려 하지만 목란은 거절하고 낙타를 타고 고향으로 가길 원한다. 천자가 앉은 명당(明堂)은 북위 효문제 태화15년인 491년에 만들어졌고 가한(可汗)이라는 의미는 북방유목민족의 수장인 칸을 뜻하는 것으로 북위 지배층을 모용가한(慕容可汗)이라고 지칭하는 기록도 있어 5세기 북위 때를 배경으로 함을 증명한다. 그리고 말이 아닌 낙타를 원하는 것도 유목민족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전세계의 셀럽이 된 뮬란 그리고 박씨전

대성동 출토 가야 여전사 추정도
대성동 출토 가야 여전사 추정도

 

(42-48구)

爺孃聞女來 모가 딸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出郭相扶將 밖으로 나와 서로 부둥켜 안았다
阿姐聞妹來 누이도 동생이 온다는 말 듣고 와서
當戶理紅妝 집에 가 단장하였다
阿弟聞姐來 남동생이 누이 온다는 말 듣고
磨刀霍霍向豬羊 칼 갈아 빨리 돼지와 양을 잡는다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남동생이 누이가 온다는 소식에 돼지와 양을 잡는다. 10년 전엔 어린아이였지만 돌아올 시점에는 가축을 잡을 만큼 성장했고 목축(牧畜)을 했음을 상상할 수 있다.

(49-62구)

開我東閣門 나의 동각의 문을 열고
坐我西閣床 서각의 상에 내가 앉았다
脫我戰時袍 전쟁 할 때 입던 옷 벗어놓고
著我舊時裳 나의 옛 치마 차려입는다
當窗理雲鬢 창 앞에서 머리 손질하고
對鏡貼花黃 거울 보고 화장을 한다
出門見伙伴 문 밖에 나가 전우를 보니
伙伴皆驚惶 전우들 모두 놀라 당황한다
同行十二年 십 이 년을 동행해도
不知木蘭是女郎 목란이 여자인 줄 몰랐다네
雄兔腳撲朔 숫토끼 도리어 북방으로 쳐 쫓아
雌兔眼迷離 암토끼 눈이 나빠 잘못 처지기도 하지만
兩兔傍地走 두 토끼 바로 옆 땅에서 달리니
安能辨我是雄雌 어찌 내가 암수를 분별할 수 있겠는가

고향에 돌아오는데 아마도 전우들도 같이 온 모양이다. 목란은 그 전우들 앞에서 커밍아웃한다. 그들은 12년 동안 전혀 여자인 줄 몰랐다고 하고 마지막엔 토끼와 비교하며 끝마친다. 이처럼 원작 시는 비교적 담담하게 끝을 맺는다.

이처럼 시의 내용을 보았을 때 목란이 실존인물이었다면 북위 지배민족이었던 북방의 선비족 출신이었을 것이다. 활동시기는 유연과 전투가 활발했던 5세기 중반에서 말기 사이였을 것이다. 북위는 효문제가 493년 낙양으로 천도하면서 급격하게 유목민족의 문화에서 한족문화로 탈바꿈을 한다. 효문제는 고유의 선비족 언어와 의복 문화를 금지하고 북방을 지키던 선비족을 냉대하기 시작하는데 이를 못 참고 육진의 난이 일어나고 결국 나라가 동서로 갈라지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시기에는 북방에서 활약한 목란을 영웅화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비록 목란이 한족이 아닌 북방유목민족인 선비족이었지만 이후 만들어진 많은 소설과 연극 영화는 여러 버전이 있지만, 그녀의 효심과 충성심을 근간으로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중국은 목란의 고향을 하남성 상구시 우성현으로 정하고 그녀의 생일인 4월 8일에 대규모 행사를 하는 등 관광자원화 하고 있다. 또한 중국 전역에는 9개의 목란 사당이 있어 삼국지의 관우와 유사하게 신앙화의 조짐도 보인다. 결국 뮬란(목란)이 실재인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한족인지 아닌지는 상관없이 중국에서 중요한 인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디즈니의 실사 영화 뮬란에서는 등장인물이 전혀 선비족답지 않은 의복을 하고 있고 당나라식 화장을 하며 남방 복건성의 12세기 전통주택인 토루(土楼)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서양인이 가진 전형적인 중국의 이미지가 투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고증을 무시하고 이를 방조(?)한 중국의 혐의도 의심된다. 또한, 북방 유목민족인 유연은 영화 300에서 스파르타군이 상대하는 미개하고 잔인하게 묘사된 페르시아군을 연상케 하며, 그들을 물리치는 장소가 정치적 논란이 된 신장위구르자치구인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이제이(以夷制夷-오랑캐로 오랑캐를 물리친다)를 중화민족 중심의 오리엔탈리즘으로 치환시킨 듯하다. 의도야 어떻듯 단 62구의 목란시가 전세계적 컨덴츠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은 부러운 점이다.

우리나라도 일부는 목란의 영향을 받은 것도 있지만 <박시전>, <황부인전>, <옥주오현>, <이대봉전>, <정수전전>, <홍규월전>, <방옹림전>, <정목란전>, <김희경전> 과 같이 여성영웅의 이야기가 많다. 경남 김해의 대성동 고분군에서는 실제로 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가야의 여전사 유골이 발굴되기도 했다. 컨덴츠는 만들기 나름이다. 박씨 부인이 전 세계 스크린에서 여성 히어로물로 나온다는 상상은 꿈에 불과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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