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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삼성전자, 이제 놓아줘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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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삼성전자, 이제 놓아줘야 할 때
  • 이동훈 기자
  • 승인 2022.05.23 0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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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코로나 봉쇄,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제한 등 대외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국내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3%대→2% 중반대로 크게 낮췄고, 한국금융연구원도 2.6%대로 계산했다.

이처럼 비관적인 정세 속에서 올 1분기 한국경제의 버팀목은 수출이었다. 정확히는 IT전기ㆍ전자(143조3362억원)와 화학제품(101조4110억원)이 산소마스크 역할을 해줬다. 특히 삼성전자는 국내 500개 대기업이 1분기 동안 올린 실적(791조4797억원)중 10%에 육박하는 77.78조원을 올린 1등 공신이다.

사실 인텔(미국)-소니(일본)-TSMC(대만) 등 글로벌 파상공세에 의해 첨단 파운드리 시장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삼성의 실적은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전 정부 시절 2차례에 걸친 총수의 부재 속, 시스템 반도체 등 투자 시기를 놓치고도 올린 실적이어서 놀라움을 더하고 있다. 또한 자유로워지고 난뒤 바빠진 이재용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경제계에는 바이블과도 같은 오랜 속설이 하나 있다. “어떤 경우든 회사는 오너ㆍCEO의 그룻를 넘지 못한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경영자의 그릇을 키우기 위해 세가지 특별한 교육을 실시했다. 바로 인문학과 바른자세 그리고 인간관계이다. 

◆ 레슨1, 인문학은 사람과 사람을 안다는 것

삼성전자의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은 “경영학에 앞서 먼저 인간을 배워야한다”며 교양의 깊이에서 오는 성찰을 중요시했다. 인문학은 세계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의 기본 소양이기도 하다. 

기자가 만난 해외의 대다수 경제인들, 중국과 일본 경영자들은 “인문학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고 까지 언급했다. 그리고 인문학의 근본은 철학과 역사에서 비롯된다. 수학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수학자들 외에는 드물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전공한 이유이다. 
또 다른 경제계 속설로는 곧은 신념과 통찰은 바른 자세에서 비롯된다는 말이다. 

◆ 레슨2, 바른 자세에서 바른 통찰이 깃든다 

2013년 겨울, 이연숙 전 정무장관을 대담할 기회를 얻었다. 정치사에서도 굵직한 족적을 남긴 선배 언론인으로 은퇴 후에는 봉사활동 등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생존해 집무를 보던 1970년대의 일이다. 당시 이연숙 전 장관 TBC동양방송의 언론인으로써 이병철 회장을 자주 찾아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때마다 눈에 띈 것이 이병철 회장의 집무실 문 바로 옆 자그마한 책상에 앉아 후계자 수업을 받던 젊은시절의 고(故) 이건희 회장이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은 부친이 출근하는 새벽부터 퇴근하는 늦은 저녁까지 정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이연숙 장관이 이병철 회장의 측근들로 들은 바에 따르면 바른 자세에서 바른 예절, 바른 귀(경청), 바른 정신, 바른 인내심 그리고 올곧은 책임의식이 생긴다는 창업주의 교육관 때문이었다.

교육을 받던 초기만 해도 이 회장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묵언수행 그 자체였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필요한 말만을 했고, 이병철 회장도 아들의 의견에서 예리함을 발견하는 날이면 가족 몰래 기뻐했다고 한다.

◆ 레슨3, 끼리끼리는 과학이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우리 속담에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이 어우러지다보면 좋은 사람은 가까이하면 좋은 사람을 반대로 나쁜 사람과 자주 만나면 그 형태까지도 비슷하게 닮아간다는 의미이다.  

2015년 4월 아모레퍼시픽 임원과 점심을 함께 할 기회를 가졌다. 당시 옥시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지자 화장품 유해 성분 조사차 만난 취재원이었다.

인터뷰 도중 삼성으로 화제가 옮겨갔다. 그러자 이 임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우리 서경배 회장을 모델로 삼았던 것 할고 있냐”고 느닷없이 이야기를 꺼냈다.

이 임원에 따르면 이렇다. 이건희 회장은 평소 고 서정환 창업주의 가르침에 힘쓰던 서경배 회장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여건이 맞았다면(*아마 이부진 사장인 듯) 사위로 삼고 싶을 정도로 반해있었다고 한다.

서경배 회장은 학창시절부터 학업과 연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사색에 몰두했다. 이건희 회장은 바른 예절 속에 바른 정신이 깃든 이 청년을 더없이 사랑했고,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서경배를 형님처럼 모시며 지내라”고 조언했다.

실제 이재용 부회장은 서경배 회장과 가깝게 지내면서 학업에 대한 흥미를 자연스레 키웠던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밀착 영업으로 미국 제4 이동통신 사업자인 디시 네트워크의 대규모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 수주 규모만 1조 원대로, 삼성전자의 미국 내 5G 통신장비 공급 프로젝트 가운데선 역대 두 번째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찰리 에르겐 디시 네트워크 창업자 겸 회장과 등산을 함께하며 담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은 이외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코로나 백신 수주가 어려운 환경임에도 불구,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의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 모더나 백신 수입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 잘나가는 삼성, 이해 안되는 주가

삼성전자의 호실적에도 불구,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해들어 13.15% 떨어져, 현재(5월23일 기준) 6만8000대에 머물러있다. 이를 살리기 위해 외국인과 기관이 파는 족족 사들이는 것은 개인주주들이다.

삼성전자 주가의 하락은 부진한 국내 증시, 환율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정치권이 이재용 부회장을 풀어주지 않을 것이란 추정에서 비롯되는 생각도 큰 지분을 차지한다.   

지난 3월부터 경제5단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을 전 정부에 요청했지만 결국 거부하면서 삼성전자의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가석방된 상태라 정상적인 경영 참여가 어렵다. 해외 출장 때마다 법무부의 승인을 거쳐야하고,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어 책임지고 경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즉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을 대표할 수 있는 공식 직함이 없다는 것은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서 장기 협력과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의 후발주자가 된데는 정치권의 선택도 한몫했다는 뜻이 어느 정도 담겨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폰지 수법 등 불법금융다단계 사기 등에 한없이 관대한 나라이다. 수조원의 돈을 빨아들여, 수만명의 피해자를 낳고도 무위도식하며 살아가는 사기꾼들이 많다. 그런데도 사기범죄에 대한 적용범위와 인식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이제 정치권이 경제를 놓아줘야 할 때이다”라는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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