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약 10년 만에 최악의 물가 위기에 직면한 한국은행이 오는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국내의 높은 물가와 더불어 미국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통화 긴축의 거센 풍랑 역시 한은을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으로 몰아넣는 요인이다.
25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운용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94%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6일 열리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동결을 전망한 응답자는 6.0%에 불과했다. 직전 설문조사에서는 인상 50.0%, 동결 50%로 딱 반반으로 갈렸지만 이번 조사에선 인상 쪽으로 무게가 크게 기울었다.
최근 <뉴스1>이 국내 증권사 소속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이들 모두는 오는 26일 금통위에서 현행 1.50%의 기준금리가 '만장일치'로 0.25%p 오른다고 예상했다.
앞서 금통위는 2020년 3월 코로나19발(發) 금융시장 패닉을 진정시키기 위해 '빅컷'(0.50%p 인하)을 전격 단행,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낮췄다. 같은 해 5월에는 사상 최저인 0.50%로 0.25%p 추가 인하했다. 이어 이듬해인 2021년 8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로 0.25%p 올렸으며, 11월과 올해 1월, 4월에 걸쳐 0.25%p씩 인상했다.
한은이 지난 4월에 이어 5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리면 2007년 7, 8월 이후 15년 만의 두 달 연속 인상이다. 한은이 정책금리를 기존의 콜금리 목표에서 기준금리로 변경한 2008년 3월 이후로 살펴보면 첫 2개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 사례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발걸음을 재촉하는 최대 요인으로는 고(高)물가가 꼽힌다. 국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로 3%대에 접어든 뒤 11월 3.8%, 12월 3.7%에 이어 올해 1월 3.6%, 2월 3.7%를 기록했다. 3월 들어 4.1%로 4% 선을 뚫었으며 4월에는 이보다 더 높은 4.8%로 뛰어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10월(4.8%) 이후 13년6개월 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 또한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한은에 따르면 5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2%p 오른 3.3%를 기록했다. 2012년 10월(3.3%) 이후 9년7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로써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 4월(3.1%)에 이어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게 됐다.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훌쩍 상회한다.
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제때 꺾이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물가 대란에 직면할 수 있다. 물가 안정이 제1 목표인 한은 내에서 위기 의식이 팽배해진 이유다.
미국에 기준금리를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4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의 0.25~0.50%에서 0.75~1.00%로 0.50%포인트(p) 올렸다. 이로써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종전의 1.00~1.25%p에서 0.50~0.75%p로 확 줄었다.
연준의 빅스텝은 향후 수차례 더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4일(현지시간) 금리인상 결정 후 기자회견에서 "향후 두어 번의 회의에서 50bp(0.50%p, 1bp=0.01%p)의 금리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금통위가 지난 4월은 물론 5월과 7월 기준금리를 연달아 0.25%p씩만 인상하더라도 2.00%다. 연준이 6월과 7월에 걸쳐 빅스텝을 두번만 더 밟으면 1.75~2.00%로 기준금리가 한국과 동일한 수준에 올라선다.


현재도 우리나라는 미국에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따라 잡히며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급등에 봉착한 상황이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 압력과 빨라진 연준 금리인상 속도를 감안하면, 한은도 좀 더 속도감 있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며 "특히 물가 기대심리 안정을 위해서는 연속적인 금리인상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