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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삼성엔지니어링, 직원 죽음 은폐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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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삼성엔지니어링, 직원 죽음 은폐 의혹
  • 이동훈 기자
  • 승인 2019.02.2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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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서 죽은 삼성엔지니어링 직원 차장환 선임의 부친 차주도 씨.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기 위해 4년 넘게 투쟁 중이다. (사진=이동훈 기자)

[이코노믹매거진= 이동훈 기자] 삼성엔지니어링이 이라크 공사 현장서 사망한 직원의 죽음을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회사측이 가짜 경호업체 직원을 내세우고 사고 차량을 위장해 피살 흔적을 감추려했다는 의혹이다. 

2월18일 오전 서울 강동구 상일동 소재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앞. 이곳에서 1인 시위중인 차주도 씨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아들 차장환 선임의 이라크 사고 당시 작성된 보고서를 공개해줄 것을 요구하며 벌써 4년 넘도록 외로운 투쟁을 펼쳐가고 있다.

2014년 8월3일 10시45분 무렵의 이라크. 이곳에서 근무하던 삼성엔지니어링 소속 차 선임(차주도 씨의 아들)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다.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교통사고. 차 선임은 다음 날 오전 9시로 예정된 이라크 석유장관과의 미팅을 위해 이동 중이었다고 한다. 사고 초기 삼성엔지니어링은 유족들에게 2페이지 분량의 사건 경과보고서를 건넸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당일 경호차량을 포함해 두 대의 차량이 공사 현장을 출발했다. 차 선임은 최 모 팀장 및 경호원과 함께 뒤쪽 승합차에 탑승했다. 

이 차량의 오른쪽 뒷바퀴 타이어가 펑크 나면서 차량이 5~6번 굴렀고, 차 선임은 열린 차문으로 튕겨져 나가 사망했다. 여기까지가 삼성엔지니어링이 밝힌 사고 당시 상황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이라크 현지의 소장이었던 A씨. 그는 민사법정 1심에서도 “경호업체 N사의 경호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또한 N사의 직원으로 알리 ㅇㅇㅇ씨를 지명했다. 

그러나 <이코노믹매거진>이 입수한 경호업체 N사의 사건 경위서는 동승자들의 진술과는 일부 달랐다. 

◇ 경호업체, 사고당시 동승 신분 부인

경호업체 N사 담당자는 2014년 12월4일 작성된 <삼성 엔지니어링 차량 사고 관련 내부 조사 보고서>에서 “이 사고(*차장환 선임 사망)는 SECL(*삼성엔지니어링) 직원이 바드라에서 바그다드까지 N사 직원이 아닌 팀과 함께 이동하다가 발생했다. 이 팀(당시 경호하던 팀)의 일원들은 N사를 대표해 활동하고 있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N사는 차 선임을 경호하지 않았다는 것과 알리 ㅇㅇㅇ씨가 자사 직원이 아님을 알린 것이다. 
이라크 법원의 사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당시 차 선임이 이용했던 차량도 경호업체인 N사가 아니라 이라크 광산부 소속 차량이라고 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유족들에게 보낸 사고 차량 사진을 보면 번호판은 검은 비닐로 가려져있고, 운전석 문은 사라졌다. 회사측은 애초 경호업체 N사가 제공한 28675 도요타랜드 차량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라크 교통국 통신정보센터가 타지 아린 경찰서에 보낸 서신을 보면 자동차 번호 P 28675 도요타 랜드 크루저 차량의 차주는 광산부이다. 또한 이 차량은 해당관할국의 동의 없이 가동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광산부 차량은  차 문짝에 정부차량로고가 찍혀 있다  

또한 주목할 부분은 본네트. 사고 당시 현장의 사진을 살펴보면 본네트는 올려져있다. 그러나 현지 경찰서로 견인돼 찍힌 사진에는 아무런 로고도 찍히지 않은 본네트가 내려져있다.

이는 N사 로고의 유무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 유족 측의 추정이다. N사는 일부 차량의 본네트에는 자사의 로고를 새겨 놓는다. 반면 이라크 광산부는 차량 본네트에 로고를 새기질 않는다. 

쉽게 말해 삼성엔지니어링이 이라크 정부 차량임을 숨기고 경호업체의 차량으로 위장하기 위해 사고현장에서 본네트를 올린 상태서 사진을 촬영했다고 유족 측은 추측하고 있다.  

 

경호업체 N사의 보고서와 번역본. 차 선임과 동행한 직원은 N사의 직원이 아니다는 내용이 게재돼 있다. (제공=차주도 님) 

◇ 삼성ENG “재판서 승소”

이라크는 전쟁지역이어서 외국인이 이동할 때 반드시 등록된 경호업체가 동행해야 한다. 삼성엔지니어링도 2013년 7월 이라크 현지 경호업체인 N사와 경호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N사는 삼성엔지니어링 임직원들의 이동 요구에 24시간 무조건 응해야 하고, 해당 임직원과 경호요원들에 대한 기록을 삼성엔지니어링 측에 일일보고서, 주말보고서, 월말보고서 등 형태로 보고해야 한다.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유족측과는 상반된 주장을 한다. 사법당국에서 여러 증거자료와 정황증거들을 토대로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는 입장이다. 실제 유족들은 차 선임의 사건을 삼성엔지니어링이 은폐하고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의 판결을 내렸고 2017년 5월에는 대법원이 원고의 신청을 기각했다.  

차 씨가 원하는 것은 딱 한가지이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려줄 이라크 경호업체의 보고서 내용 공개이다. 유족은 회사에 내용증명까지 보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이다.

차 씨는 “아들이 왜 죽었는지를 알고싶다. 이 일념으로 4년이 넘는 시간을 대기업과 싸워왔다”며 “지금이라도 삼성이 경호업체가 작성한 당시 사건 보고서를 공개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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