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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음] 이희호 여사 별세, DJ 반백 년 고난의 동행자…故 김대중 “두려운 것은 오직 아내와의 헤어짐 뿐”
이동훈 기자 | 승인 2019.06.11 02:31

[이코노믹매거진= 이동훈 기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10일 별세했다. 향년 97세.

이희호 여사는 1922년 9월 21일 서울 서대문에서 의사였던 아버지 이용기와 어머니 이순이의 딸로 태어났다. 이화여고와 이화여전,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미국 램버스대를 거쳐 스카렛대를 졸업했다.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일 뿐 아니라 한국 여성 운동에 크나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이화여대 사회사업과 강사로 교편을 잡는 한편 초대 대한YWCA 총무 등을 역임했다.

1962년 정치적 어려움에 처했던 김 전 대통령과 결혼을 결심하고, 이후 격변의 현대사를 함께 헤쳐나왔다. 이 과정은 이희호 여사의 자서전 ‘동행’에도 잘 나타난다.

◆ 꿈이 큰 남자의 밑거름이 되자고 결심했다

‘김대중은 노모와 어린 두 아들을 거느린 가난한 남자였다. 그뿐 아니라 그의 셋방에는 앓아누운 여동생도 있었다. 또한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정치 재수생이었다.

<중략> 장면 내각에서 여당인 민주당 대변인을 지냈던 경력 때문에 검거되어 두 차례에 걸쳐 3개월간 구속된 억세게 운이 나쁜 남자였다. 조국의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내 한 몸 바치겠다는 큰 꿈과 열정이 그가 가진 전 재산이었다.’ 

이희호 여사의 생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김 전 대통령과 함께 30년대 해방의 역사에서부터 유신체제, 6월 민주항쟁, 그리고 민주세력의 집권까지 굴곡의 역사를 살아온 여인이었다.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사건으로 남편이 진주교도소에 구금되자 이 여사는 진주와 서울에서 일주일씩 지내며 남편 곁을 지켰으며 남편에게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편지를 썼던 일화는 유명하다. 겨울에도 안방에 불을 넣지 못하게 했다. 유난히 추위를 타는 남편이 영하의 감방에서 떨고 있는데 혼자서 따뜻하게 지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내란음모 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이 사형 판결을 받았을 때는 지미 카터 미 대통령에게 구명을 청원하는 편지를 보내는 등 국제사회를 향해 구명 운동을 벌였고, 각종 선거 때는 전국을 누비며 헌신적으로 지원유세를 펼쳤다.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선과 대선에 출마했을 때 찬조연설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조력자 역할을 했다. 독재정권 치하에서 구금됐을 때는 양심수 석방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희호 여사가 스스로 “꿈이 큰 남자의 밑거름이 되자고 결심하고 선택한 결혼”이라고 밝혔듯 김 전 대통령이 옥고를 치를 때는 옥바라지로, 미국 망명 때는 후견인으로, 가택연금 때는 동지로, 야당 총재 시절에는 조언자로 정치 역정을 함께했던 것이다.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드디어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조용한 내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지만, IMF 외환위기 등 고난 앞에서는 누구보다 앞장섰던 '퍼스트 레이디'였다.  

◆ 편히 쉬시길...

김대중 전 대통이 서거하자 입관식에 남긴 편지는 유명하다.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관식에서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참고 견딘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쓴 편지를 고인의 품에 안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저서 ‘내가 사랑한 여성’에서 “내가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바로 아내와의 헤어짐이 너무도 아쉽고 슬프기 때문일 것입니다”라는 말로 아내를 향한 무한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제 이희호 여사는 반평생을 함께했던 반려자에게로 돌아갔다. 이 여사가 사랑했던 남편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대로 이제 하느님의 뜨거운 사랑의 품 안에서 편히 쉬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 빈소: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특1호실
- 발인: 14일
- 장지: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 02-2227-7550

기사입력 2019.06.11 02:30:39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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