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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불황체감 1번지 ‘시화공단’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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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불황체감 1번지 ‘시화공단’을 가다
  • 이동훈 기자
  • 승인 2019.06.20 0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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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체감 경기 ‘천차만별’, 판로개척 관건
일감 없어 멈춘 공장…매매·임대 현수막 무성
최저임금 정책 따른 제조업 불안감 커져
시화공단내 한 제조업체. 그나마 이곳은 현상유지를 위한 준비를 갖춘 곳이다. 한 젊은 직원이 세심하게 제품의 품질을 살피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이코노믹매거진= 이동훈 기자] 정부는 19일 경기 안산시 반월ㆍ시흥 지역의 시화공단에서 제조업 부가가치율을 지금의 25%에서 30%로 끌어올려 산업구조를 혁신하고 세계 일류기업을 2배 이상 확대한다는 내용의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경기 안산·시흥 지역의 시화공단은 올해 한국 경제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그러나 이곳은 이미 업종별에 따라 경기 침체의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이 같은 현상은 대기업의 수주를 받는 1차 협력업체에서 영세 협력업체까지 피라미드 구조 밑바닥으로 갈수록 극심했다. 

대체로 업체 관계자들은 판로개척의 어려움과 인력난, 일감 부족 그리고 최저임금에 따른 불안감을 호소했다.

◇ 일감 줄고, 낮은 임금에 인력난 극심

안산시 단원구 시화공단에서 제품 포장용 비닐을 만드는 ‘ㅈ’ 업체 공장 내부. 기자가 찾은 생산 라인은 비닐 외피에 인쇄작업을 하는 곳으로 10여명의 직원들이 기계 7대를 돌리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여유 있는 동작으로 잉크를 채우고, 기계를 움직이고 인쇄 품질을 확인하고 있었다. 작업반장의 야단스런 지시도 생산 일정에 쫓겨 바삐 움직이는 모습은 없었다.

직원 김한울(25)씨는 “4년전부터 주문량이 줄면서 나타난 현상이다”고 귀뜸했다.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2014년부터 주문량이 줄면서 생산량의 감소가 시작됐다. 2016년에는 거래하던 대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연간 매출의 8%가 감소했다.

이 회사 서 모(62) 부사장은 “우리 매출이 100억이라고 가정하면 올해만 8억이 사라졌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상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갖춰 일감은 있지만, 구인난을 호소하는 기업도 많았다. 이를 대체해 인건비가 낮은 외국인을 추가 채용하고 싶어도 고용노동부의 외국인 인원 제한 때문에 쉽지 않다. 
그렇다고 20~30대 청년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젊음 인재들, 정부 지원금 의존 '창업열풍'

대학생 김영태(21ㆍ산업기술대학교) 씨는 “시화공단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격차가 크고 불편한 교통여건 때문에 근무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주최하는 취업박람회를 가서 시화공단 입주 기업들을 만나보면 대다수 2천만원 내외를 부르는데, 어떤 젊은이가 취직을 하고 싶겠냐”며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이 많다고 들었는데, 기왕이면 창업을 도전해보고 싶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임금을 올리수 없는 업체의 속사정은 깊었다. 어렵사리 통화가 된 ‘ㄷ ’ 업체 관계자는 “임금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생산비가 올라 값싸고 질 좋은 중국제품과 경쟁하기 힘들어진다”고 털어놨다.

◇ 꺼져가는 공장 굴뚝…제조업체 인원감축 바람

기계ㆍ정밀 제조업체들이 밀접한 지역은 비정규직을 중심으로한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었다.

길가의 전주에는 공장 ‘매매’ 또는 ‘임대’를 알리는 전단이 군데군데 붙어 있었다. 대낮인데도 짐을 실은 화물차량의 왕래도 뜸했다. 

공장건물에 입점한 ‘ㅎ’ 식당 주인 김모 씨는 “4년 전부터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많이 채용했는데, 이들 대다수는 1년을 못채우고 직장을 떠났다”고 전했다.

인근 다른 식당 주인들의 말도 일치했다. 취재 과정중 만난 비정규직 근로자 지영만(54ㆍ남)씨는 “수백명이 일할 수 있는 공장에 고작 20~40여명만 일하고 있다”며 “2014년 이전에는 직원 수가 100여명을 넘은 적도 있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4년전부터 일감이 줄면서 이제 잔업마저 사라지고 있다”며 불안해했다. 

오후 6시 제조업 밀집 지역은 직원들이 저녁까지 남아서 일하는 공장은 60% 남짓했다. 근로자들이 떠난 공장의 불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했다. 

◇ 1차 협력업체도 현상 유지에 총력…“최저임금 해결이 급선무”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은 업종별 불황 체감지수가 뚜렷했다. 공장 임대 등을 알리는 전단지와 현수막이 이채롭다. (사진=이동훈 기자)

반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갖춘 데다 판로 개척마저 가능한 자동차ㆍ전자 업체들의 사정은 한결 나았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 커넥트 제품을 납품하는 H코리아가 대표적. 이 회사는 2013년 4천억의 매출을 올린후 2014년 3250억, 2015년 2880억, 2016년 2900억을 유지해왔다. 영업이익도 2016년 428억 6천만원, 2018년 463억 6천만원, 올해도 벌써 397억 5천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17년부터 기존 스마트폰 사업뿐만 아닌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 그는 “이는 이윤 극대화가 아닌 현상 유지를 위한 차원이다”고 덧붙였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시화공단은 입주업체 9천706개사에 근로자 수는 십만여명에 달했다. 

그러나 반월·시화 공단을 합한 수출실적은 2014년 142억5300만 달러에서 2015년 122억3100만 달러로 하락한 이후 줄곧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 시화지점. 한 직원이 창업을 준비하는 예하게 예비 창업주를 위해 지원 내용등을 오랜 시간에 걸쳐 설명해주고 있었다. (사진=이동훈 기자)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이하 경기본부)도 경기 침체에 따른 업체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공단은 2015년부터 맞춤형 인력양성 체계를 지원하고 있다. 무작정 창업에 뛰어드는 영세업체가 늘면서 시화지사는 찾아가는 홍보 지원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2016년부터 영세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창업과 폐업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며 “이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 구체적인 지원 프로그램 등을 알려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화공단은 현상 유지에서 당장 폐업을 걱정해야하는 업체까지 업종별에 따라 느끼는 경기 체감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취재원들이 시화공단의 불황 극복을 위해 꼽은 공통된 선결과제가 있었다. 

중소기업이 살아남으려면 경쟁력 있는 제품을 해외에 팔거나 대기업의 판로가 확대돼 협력업체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최저임금 등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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