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0-21 13:47 (월)
“길이 이어져 있으면 반드시 만나게 된다”
상태바
“길이 이어져 있으면 반드시 만나게 된다”
  • 현정석 기자
  • 승인 2019.07.07 00:0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코노믹매거진= 현정석 기자] 내 낡은 사진첩 속에는 40년 전 쯤 중동 공사현장으로 떠나신 아버지의 사진이 들어있다. 그 사진 속의 아버지는 젊고 가족들을 사랑하고 희망이 있는 그런 표정의 얼굴이다. 세월은 흘러 이미 선친은 선종하신지 몇 년이 흘렀다. 

‘길’이라는 뮤지컬을 봤다. 이 뮤지컬은 전쟁 이후 북에 있으리라 생각되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고속도로를 만드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다. 건설회사에서 도로와 교량을 만들던 내 선친이 오버랩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자꾸 선친의 얼굴과 목소리가 떠올라 목이 메이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이 뮤지컬은 경부고속도로 얘기다. 한국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부고속도로는 국내외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들어진 길이다. 실제 군대 공병단까지 동원돼 군사작전처럼 진행된 이 건설 현장에는 무리한 기간 단축 등으로 인해 사망한 77명의 순직자들이 있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 위에 한국적 한과 흥이 서린 뮤지컬이 만들어졌다. 뮤지컬 ‘길’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며 한국인의 아픔과 희망이 녹아들어 있다. 전쟁 , 월북자, 군인, 독일 파견 간호원, 동생들을 위해 돈 벌러 나온 청년 등 당시를 경험했던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끄덕거릴 만한 소재들이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길이 이어져 있으면 반드시 만나게 된다”라는 얘기를 아들에게 한다. 이후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던 아들은 한국의 도로이기도 하지만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아시안 하이웨이 도로(AH1)기도 한 이 도로를 만들어 아버지를 만날 생각에 모든 정열을 바친다. 애인과 친구들과 같이 이 도로를 타고 세계 일주 하는 꿈을 꿔보기도 한다.

당시에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논리가 우선이었다. 동생들을 위해 맏형은 자신을 희생해서 동생들을 키우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고 아픈 자식을 위해 힘들어도 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이 뮤지컬에서는 영웅의 정의를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내린다.

이 길이 경제 발전을 위한 길인지 여행을 위한 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77명의 희생을 담보로 만들어진 이 길에는 사람들에게 그리움과 아픔과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번영을 위해 노력한 앞선 세대의 노고에 고개 숙여 인사드린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상훈 2019-07-11 19:53:01
문화와 경제와 역사와 감성이 모두 잘 어우러진 멋진 기사 잘 보았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아나키스트 의열단 5일 창립총회…샤이니 제이 ‘팝페라’ 공연
  • [페이스 오브 코리아] 슈퍼모델 장혜원 “열정이 모델을 만든다”   
  • [人터뷰] “이미지는 남과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도구”
  • [人터뷰] “한국적인 것은 전통을 지키며 발전시키는 것”
  • 첨단바이오법 내년 시행…EDGCㆍ마이지놈박스 등 거침없는 질주
  • 마이지놈박스, EDGC 인턴 삼총사 개발한 DNA 앱 출시… ‘주근깨 안생기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