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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기획⑮] 중독성 약물 관리, 현실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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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기획⑮] 중독성 약물 관리, 현실 대책 필요
  • 현정석 기자
  • 승인 2019.07.15 0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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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매거진= 현정석 기자] 중독성 약물로 인한 사고가 계속 생기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미봉책일 뿐이어서 좀 더 현실적인 당국의 감독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달 28일 강남구 소재 한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던 의사 A씨가 병원에서 사용하고 남은 프로포폴을 빼돌려 스스로 투약하다가 의식을 잃어 구속됐다.

지난 4월에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에서는 한 여성이 프로포폴 주사가 꽂힌 채로 사망했다. 이 여성은 동거 중이던 성형외과 의사 B씨가 처방전 없이 프로포폴을 투여해 프로포폴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향정신성 의약품인 프로포폴은 투약량을 조절해가면서 처방하기 때문에 허위처방이 가능하다보니 관리가 허술한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전수 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빼돌리는 것이 가능하다.

식약처는 상시 감시하기 위해 관리 대장을 작년 5월 전산화했다. 의료기관이 구입할 때 구매량을 확인하는 구매 보고와 실제 처방·투약할 때 처방·투약 보고를 해야 하는데 미리 작정하고 투약 용량을 허위 기재하면 알 방법이 없다.

서울 압구정의 C원장은 “약을 보관하는 곳에 CCTV가 없다보니 프로포폴을 빼돌리는 직원을 몰랐다가 나중에 해고한 적이 있다”며 “사실상 의원급에서는 의사는 처방에 집중하고 주사는 간호인력에게 맡기기 때문에 나중에 체크만 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서울 신사동에서 한 간호조무사가 화장실에서 프로포폴을 자가주사했다가 기절한 상태로 발견돼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프로포폴 대안 에토미데이트도 심각하지만 전문약으로 분류돼

프로포폴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자 프로포폴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전신마취제가 대규모로 불법유통되다 적발되기도 했다.

프로포폴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불법 판매한 의약품 도매업체와 제약회사, 병원 관계자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일까지 4억1000만원 상당의 에토미데이트 1만7400앰플을 불법 판매하고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제약사 직원과 의약품 납품 거래 관계에 있는 병원 관계자와 공모해 약품을 정상 납품한 것처럼 위장해 에토미데이트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약물은 유흥종사자 등에게 직접 에토미데이트를 판매하거나 직접 주사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약물도 프로포폴과 같이 전신 마취 효과를 내는 의약품이지만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어 출납 관리가 상대적으로 엄격하지 않다.

올해 1월 서울 강남구 한 모텔에서 20대가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후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직접 사인은 익사로 에토미데이트 투약 후 의식 저하 상태에서 익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살 빼는 약도 향정 무더기 처방도 있어

대부분의 병의원에서는 향정신성 의약품인 식욕억제제를 처방할 때 1개월 이내로 주지만 일부 의원에서 몇 달치를 무더기로 처방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 성동구 D원장은 “강한 효능의 식욕억제제는 대부분 1달에서 최장 3개월 이내까지만 처방해야 한다”며 “그런데 그런 약물을 1년에 억대로 처방하는 곳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몇 백원 짜리 약으로 억대 처방이 가능하려면 대체 몇 명에게 얼마나 처방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대학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E 전문의는 “식욕억제제를 몇 달치씩 처방해주거나 다른 사람의 명의까지 빌려 처방받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직접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처방해주고 약을 배송해주는 곳도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 정신건강의학과 F 전문의는 “한 간호실습생이 식욕억제제를 과량 복용한 상태에서 병원 근처를 알몸으로 뛰어다닌 적이 있었다”며 “알고 보니 본인이 구매 대행해 주변에도 나눠주고 그러다 사고가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감기약 대량 복용도 환각 상태 일으키지만 판매 제한 없어

중독의학회의 G이사는 “마약 중독 환자가 와서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동네 약국에 가면 약사가 환각 상태를 만드는 감기약을 매대에 쌓아놓고 있어 자꾸 유혹받고 있는데 못하게 할 수 없느냐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연히 그 약사도 그런 점을 알텐데 무더기로 쌓아놓았다는 것은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감기약을 대량으로 파는 것은 유흥가 주변이 많다고 한다. 각 대도시의 유흥가 주변에서 법에 걸리진 않지만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이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이 약물이 점차 용량을 늘리다가 효과가 잘 안 듣게 되면 마약으로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관계당국이 향정의약품만 아니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물에 대해서도 좀 더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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