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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Q] 일본 반도체 몰락은 ‘삼성’ 아닌 ‘미국’ 탓미일 반도체 전쟁 끝낸 원자폭탄은 통상법 301조
이동훈 기자 | 승인 2019.07.31 01:12

[이코노믹매거진= 이동훈 기자] “일본이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당황하고 있다” “세계가 일본의 수출규제 행위를 비난하고 있다” 등과 같은 미확인설들이 언론과 유투브를 잠식하고 있다. 특히 “일본 반도체산업이 이번에도 삼성전자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논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때 잘나가던 일본 반도체 왕국을 몰락시킨 주범은 미ㆍ일 반도체 협정이기 때문이다.

◆ 잘나가던 반도체 종주국 ‘미국’, 일본에 추월당해

1984년 이전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던 곳은 미국이었다. 일본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D램 반도체’를 앞세워 1985년부터 반도체 산업을 독점해나갔다.

일찍이 도시바, 히타치, NEC 등 일본 기업들은 한국처럼 지나친 상업적 위주 생산구조보다는 제조업체, 제조장치업체, 소재(웨이퍼) 업체로 이어지는 반도체 산업생태계를 형성해왔다.

이런 환경 조성은 인텔 등 미국 반도체 회사와의 품질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했다. 

HP데이터시스템 사업부의 총책임자는 미일 반도체 각사의 제품을 비교한뒤 “미국최고의 회사에서 만들어진 칩들이 일본 최하위 회사에서 만들어진 칩보다 여섯배나 많은 에러율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일본 제품은 미국 회사와의 가격 면에서 10% 저렴했다. 메모리 가격은 70% 하락했다. 84년초 3달러였던 64kD램 가격은 75센트로 떨어진 것. 이마저도 대규모 양산능력을 갖춘 일본에게 유리했다.

미국 정치계와 언론은 이를 ‘제2의 진주만 습격’에 비유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 반도체는 산업의 ‘쌀’, 미국 원자폭탄급 압박 개시

그렇다고 반도체 산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린다. TV, 컴퓨터, 스마트폰, 자동차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한 전자기기 대부분에 사용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던 미국 행정부는 경제 패권을 지키기 위한 전가의 보도를 꺼낸다. 보호무역 3단 필살기인 ‘통상법 301조’ ‘덤핑제소’ ‘직권조사’등이 바로 그것이다.

1985년 6월 14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의 무역대표부(USTR)는 “일본 반도체의 미국 제품 수입제한에 대해 조사해 줄 것”을 정식 청원한다.

SIA는 일본의 통상법(Trade Act) 301조 위반혐의을 언급한 것이다. 1974년에 만들어진 통상법 제301조는 미국 무역과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리고 같은 해 6월24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일본의 64kD램 제조업체인 NEC, 히타치, 미쯔비시, 오키 등 4개사를 반덤핑혐의로 제소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곧 조사에 착수한다.

◆ 보복관세 등에 일본 반도체 산업 회생불능...  

결정타는 미국 상무부의 몫이었다. 일본산 EP롬에 대한 반덤핑혐의 직권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언론과 경제계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미일 반도체 전쟁’이라고 부른다.

결국 일본 정부는 항복선언을 한다. 1986년 8월 제1차 미·일반도체협정의 의거, 일본은 당시 10% 수준이던 일본 내 미국산 반도체 점유율을 1992년까지 20%로 높이고 기존의 반도체 저가 수출을 중단했다. 또 미국의 대일본 반도체 직접투자 금지도 철폐해야했다. 

이후에도 미국은 기회 때마다 일본의 협정 미준수를 거론해 보복관세 부과압박, 일본 반도체 산업 감시 등을 이어갔다. 

그 결과 1996년 일본 반도체는 회생불능 상태로 빠져들었고, 이틈에 삼성전자를 앞세운 한국은 신흥 반도체강국으로 부상했다.

기사입력 2019.07.31 01:04:31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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