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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실패했기 때문에 바로 섰다
현정석 기자 | 승인 2019.08.21 00:01

[이코노믹매거진= 현정석 기자] 실패를 통해 삶의 자세가 진지해질 때 인생은 진정성을 갖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겸손해지고 남에 대해 베풀게 되는 것은 겉 모양이 아닌 인문학적 토대가 있어야만 스스로가 빛이 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유지영 패션 디자이너는 첫 이미지가 화려하고 도도해 보이고 성공가도만을 달려왔을 것 같지만 너무 힘들어 자살까지 시도했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는 그런 힘든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디자이너로, 주변을 밝히는 빛으로, 꿈을 찾아주는 사람으로 다시 설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어릴 적 변호사나 외교관 등을 꿈꿨었지만 학부에서 의상디자인과 서양화를 전공하고 이대 대학원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했다. 2002년 첫 데뷔 때 각종 방송국과 패션지 등 언론들이 앞다퉈 인터뷰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 그가 패션쇼를 진행하며 시니어 모델들을 무대에 세우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와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화려한 데뷔를 했었다가 한동안 안 보였었다.

유지영 (이하 유) : 2002년 추계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데뷔했었다. 많은 인터뷰와 취재를 받은 뒤 숍도 여러 개 만들어 운영했다. 이미지가 화려한데다 데뷔 후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선 보인 의상으로 여러나라를 다니며 패션쇼를 하고 뮤지컬 ,오페라 연극까지 의상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세계에만 빠져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여 많은 오해도 받고 회의감도 찾아와 왕성한 활동을 한 순간에 접고 일선에서 잠시 멀어져 있었다. 이때 경제적 어려움도 겪게 되면서 나의 부족함에 대한것과 주변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통해 인생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 이러한 시간들을 이겨나가기 위해 무엇보다 자신을 내려놓고 많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틈틈이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며 정보도 얻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못 다한 것들을 채워 나가는 시간으로 진정성 있는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고 무난히 노력했다.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과 함께 디자이너 유지영 이름은 다시 잊혀져 가고 있었지만 어려움 속에서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채우는 유일한 시간이 가장 어려운 시기였을 때가 아니었나 한다. 그녀는 다시 만난 세상에서 문득 바라본 하늘의 달을 보고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아름다운 세상에 내가 어설프게 남긴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고 삶의 자세는 이때부터 감사함으로 바뀌어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로 바뀌었다.

내가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초기에 주변 지인들이 나를 위해 돈을 보내줬었다. 그 돈이 7억원 정도 됐었는데 그 돈마저 다 날아갔었다. 그런 힘든 시기를 겪고 나자 오히려 신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없을 것이다. 좀 더 겸손해지고 남을 위하게 되고 좀 더 큰 그림을 보게 됐다. 그 돈은 10년 동안 버는 대로 주변에 갚았다. 그들은 내게 안 갚아도 된다고 했지만 남들에게 폐 끼치고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열심히 일했다.

-. 원래 꿈은 변호사였다던데.

유 : 어릴 적엔 변호사나 외교관이 되고 싶었던 것은 남을 돕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변호사 직업이 내가 생각하는 선한 세상을 만드는데 목적만이 있는 것이 아님을 아는 순간 미련 없이 꿈을 접었다. 내가 잘하는 것을 하자 해서 미술을 전공했고 의상디자인까지 하게 됐다. 나는 그 때나 지금이나 주변에 빛이 되는 사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문화예술재단에 신청해 미술을 좋아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꿈을 접어야 하는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성공했을 때도 주변에 힘들다는 사람이 있으면 무엇이 되던 무조건 도와주기도 했었다. 그런데 실패를 하고 나니 도움이라는 행위가 그들에게 전달되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그 결과도 달라지는 것을 알았고 때론 도움 그 자체라 그들을 위한 진정성이 있었던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 교회를 다니지는 않지만 신을 믿는다고 들었다.

유 : 사실 교회에 가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그렇지만 기도 모임에 나갔었다. 내가 힘들었다가 그것을 극복하며 신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그런 아픔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힘든 시기를 겪고 난 뒤 삶의 자세를 바꾸자 신기하게도 내가 걱정하던 일들이 해결되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좋은 일이 생기거나 기적적으로 이뤄지는 일들이 많았다.

-. 일반모델들도 쓰지만 시니어 모델들을 많이 기용하는 이유가 있나?

유: 이젠 백세시대다. 어머니로 아내로 살았던 여성들이 꿈을 가지고 제2의 인생을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들에게 모델을 하면서 겉멋만 들어 다니지 말고 겸손하게 주변을 밝히는 멋진 사람이 되도록 얘기한다. 그렇게 무대가 아닌 삶에서 그들이 빛을 내기를 바란다. 그들이 낸 빛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밝음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내가 여성복 디자이너기도 하지만 자선금 마련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며 나눔의 미학을 그들과도 공유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내가 진정 밝은 빛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모델들을 직접 꾸미고 같이 땀 흘린다. 그들이 무대에 서는 이유가 자신을 빛내기 위함이 아니라 사회를 빛내기 위함이길 바란다. 그래서 세상에 정말 아름다운 파도를 만들고 싶다.

 

기사입력 2019.08.21 23:31:33

현정석 기자  gsk126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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